소네트 73―그대는 내 안에서 늦가을을 본다
그대는 내 안에서 한 해의 그 계절을 본다.
누런 잎이, 혹은 하나도 없거나, 혹은 몇 장만 가지에 매달리고,
그 가지들은 추위에 떨고 있다.
한때 고운 새들이 노래하던 텅 빈 폐허의 성가대석처럼.
그대는 내 안에서 하루의 황혼을 본다.
해가 진 뒤 서쪽에서 차츰 사라지고,
이내 검은 밤이 빼앗아 가는 빛을.
밤은 죽음의 또 다른 자아, 모든 것을 휴식에 봉인한다.
그대는 내 안에서 저 불의 희미한 빛을 본다.
제 젊음이 남긴 재 위에 누워,
마침내 숨이 끊길 임종의 침상에 엎드린 채,
한때 자신을 키운 연료에 끝내 소진되는 불을.
그대는 이를 보기에 사랑을 더욱 굳게 하고,
그대가 머지않아 떠나야 할 것을 더욱 깊이 사랑한다.
세 연의 ‘그대는 내 안에서 본다’를 반복해 바라봄이 마지막 사랑의 결론으로 이어지게 했다. bare ruin'd choirs는 단순한 빈 나무가 아니라 ‘텅 빈 폐허의 성가대석’으로 옮겼다. 마지막 행은 원문처럼 떠남의 주체를 ‘그대’로 명시하고, 그대가 떠나야 할 ‘것’의 지시 대상만 열어 두었다.